PM에게 권한이 적어야 하는 이유
효과적인 PM 역할의 핵심은 일의 성패에 대해서는 무한한 "책임"을 지면서도 다른 직군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정할 "권한"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이 모순을 안고 일하는 데 있지 않을까?
개발자에서 PM으로 전향했다고 말하면, 한국에서는 간혹 실무직에서 관리직으로 승격한 것으로 오역한다. 그러나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사업 지표와 제품의 성패에 대한 책임은 커졌지만, 주어진 권한은 오히려 줄었다. 내가 직접 수행하지 않는 일을 다른 직군에 "이 일을 해주세요", "저 일을 해주세요"라고 지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는 개발, 디자인, 데이터, 세일즈, 마케팅, PM이 각자의 직위 체계 안에서 일하기에 (군대식으로 말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아저씨인 구조), PM은 일을 추진할 때마다 다른 직군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종의 을의 입장에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이 효과적인 PM-ing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PM은 직접 코드를 짜거나 디자인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을 설득해야만 일이 진행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먼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논리를 탄탄하게 세워야 하며, 설득에 필요한 구조적 사고와 명료한 문서 작성, 효과적인 소통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 없이 원하는 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PM이 직위에 따른 권한만으로 실무진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간소화될 수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실행을 지시하는 나태하거나 군림하는 리더가 될 위험도 커진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국내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Product Owner라는 직무명의 뉘앙스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이 이름에는 비즈니스 성패에 더 큰 오너십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하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그런 의도 자체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PO라는 직함을 달고 여러 직군을 잘 설득하며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Owner라는 명칭이 제품과 팀의 향방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권한까지 포함한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책임이 큰 사람에게 권한을 비례해 더 많이 주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AI로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제품 개발 업무를 실행하는 비용은 낮아지고 있지만,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고 사람들 사이의 합의를 이루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Product 조직의 역할은 일을 지시하고 팀을 지휘하는 데 있기보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일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을 더 하고 그 판단을 바탕으로 조직의 공감대와 추진력을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