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따르는 것도 실력이다
최근 출장 가는 기내에서 thought experiment를 하나 해봤다. 시장에서 최상급 역량이 검증된 tier-S 슈퍼스타 100명으로 구성된 팀 vs. 그런 tier-S 10명에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만 하는 tier-A 90명으로 구성된 팀. 어느 쪽이 더 많은걸 성취할 수 있을까? 전자가 무조건 이길 것 같지만 함정은 100개의 일리 있는 주장들이 매번 부딪히니 합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위험이 있다는 것. 반면 후자는 방향이 정해지면 90명이 곧바로 실행에 들어간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경험해봤겠지만, 조직이 성장하다 보면 실행 속도에 최적화해야 할 때와, 속도를 희생하더라도 협의를 거쳐야 할 때를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 속도는 학습을 산다.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니 단위 시간당 쌓이는 경험이 압도적이다. 반면, 협의는 시간을 지불하고 실행의 정당성을 산다. 그리고 대개 똑똑한 사람 여럿이 협의해 내놓은 답은 성공 확률이 높을 거란 인식이 있다. 다만 때로는 논의의 비용이 실행의 가치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 thought experiment를 업계에서 존경하는 선배에게 툭 던져봤다. 커리어 내내 몇 번이고 곱씹던 주제라, 농담조로 건넸으면서도 내심 답변이 기대됐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Tier-S 인재"의 정의를 더 깊게 고민해볼 것, 그리고 그 정의에 맞는 사람"만" 뽑을 것. 이 둘을 해내면 실행과 협의 사이의 balance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미인즉슨 이렇다. 내 thought experiment는 tier-A 90명이 수뇌부의 명령을 따르는 follower라고 가정한다. 짧게 말하자면, 선배의 요지는 "좋은 follower가 되는 것" 자체가 인재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대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을 커리어 지향점으로 삼고, 팀을 이끄는 자리가 능력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follower가 되는 것도 중요한 개인 능력치이며, 이 능력치 없이 군림하려고만 하는 사람은 사실 tier-S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흔히 tier-A로 치부되는 직원 중에 follower로서 tier-S급 기질을 갖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베스트는 다음과 같은 인재가 아닐까? 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20개 있을 때, "그중 3개는 내가 리딩해야 하지만, 나머지 17개에서는 follower로서 지원 사격하는 게 팀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릴 줄 알고, 더 나아가 그 관점을 수시로 re-calibrate하는 사람. 이게 진정한 tier-SS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tier-SS"만" 뽑을 수 있다면 100명이든 1000명이든 알아서 leading과 following을 넘나들며 완급조절하는 조직이 될 수도 있을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이 이론을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생각했다. 근본적으로는 이런 tier-SS 인재가 마켓에 충분히 존재하는가? 만약 인재풀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 교육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가, 문화의 문제인가, 아니면 innate한 사람 기질의 문제인가. 그다음은 조직 설계다. Following을 어떻게 reward할 것인지, 필요할 때 step up하게 만드는 개인의 동력과 이를 장려하는 문화, 그에 맞는 보상 체계, 그리고 채용 기준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뻗어나오는 주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아직 명쾌한 솔루션도 제언도 아니다. Open question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