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도로 풍경
최근 중국 출장을 몇 차례 다녀오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로 위 자동차의 구성이었다. 체감상 80% 이상이 중국 브랜드였고, 그중 대다수가 전기차처럼 보였다. 비중국 브랜드 중에서는 테슬라가 간혹 눈에 띄었고, 한국이나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자동차가 이렇게 보편화되고 해외 브랜드를 밀어낼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또한, 아직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수준이지만, 미국의 웨이모와 같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도 직접 이용해 볼 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과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 일부 반영된 가격이겠지만, 요금은 일반 택시의 절반 정도. 기술 자체보다도 그 기술이 이미 대중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중국이 5년마다 5개년 계획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경제/사회/산업 전반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집중할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정책과 투자, 인프라를 일관되게 움직인다는 사실은 MBA 시절에 배워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출장을 통해 그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실제로 눈앞에서 본 듯한 기분이 들어 묘했다. 이런 중국산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약진도 하루아침에 나타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십수 년 전부터 방향을 정하고 자본과 정책, 인프라와 인재를 꾸준히 축적해 온 결과가 이제 도로 위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고등교육을 미국에서 받고 첫 직장도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위 '미국식 기술 혁신'에 익숙해져 있다. MBA 시절에는 'I'm Just a Bill'이라는 수업을 석 달간 수강한 적도 있는데, 당시 수업에서는 미국 상하원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와 표결에 이르는 과정을 역할극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극도로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듣고 소화하고 토론한 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 노력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매우 강하게 받았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미국인 학우들 역시 이러한 과정이 의사결정의 속도를 다소 늦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의견의 다양성과 개인의 창의성, 이견을 포용하는 문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당기는 힘이 앞으로도 미국의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나 역시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익숙하게 경험한 미국의 환경이 다양한 아이디어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데 강했다면, 이번에 중국에서 본 것은 선택한 방향을 집중도 높은 실행을 통해 빠르게 현실로 만들어내는 힘이었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처럼 기술뿐 아니라 규제와 소비자 경험까지 함께 바뀌어야 하는 산업에서는 이러한 실행력이 더욱 중요해 보였다.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많은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는 현실로 바꾸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중국 도로 위의 풍경은 당연하지만 종종 잊기 쉬운 그 사실을 꽤 선명하게 보여주었다.